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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현 Jan 20. 2024

삶키다.

굴종의 목넘김에 바치는 그림

삶·키다, Mixed Media on Canvas, 116.8×72.7cm, 2017.

삶키다.

 

먹고 살기 위해 삼킨다.

자리에 남기 위해 수치를 삼킨다.

가족의 안락을 위해 날 버리고 모멸을 삼킨다.

 

순댓국이 먹고 싶다는 그분을 위해 여름날 점심시간을 삼킨다.

 

그분의 취미활동에 우리의 주말을 삼킨다.

 

그분의 화풀이에 미소 띤 친절로 우리의 표정을 삼킨다.

 

툭 던진 업무메시지에 저녁과 새벽과 주말을 기꺼이 삼킨다.

 

울분과 자존을 그리고 무엇을 삼킨다.

 

무엇을 먹는 다는 것

삶의 동기이자 유지이며 결과이다.

삶의 고통이 무엇을 입에 넣는 즐거움보다 무엇을 억지로 참게 만든다.

 

나의 작업은 굴종의 목 넘김을 강요하는 관계 속에서 삶을 삼켜야 만하는 모든 이에게 인간의 밥을 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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