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미니멀하게
40대 중반쯤에 이사를 앞두고 야무진 생각을 했었다.
새로 이사 간 집에서는 집안을 호텔처럼 간결하게 꾸미고 살겠다고 중년의 삶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삿짐을 꾸릴 때 어지간한 것들을 다 버렸다.
그렇다고 또 새로 사들이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 뻔하므로 어지간한 불편함은 참기로 하고 최소한의 살림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미니멀라이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한 모습으로 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넓어졌고, 또 깨끗하고 정갈했으며,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까 청소하기도 아주 편했다.
내가 꽉 찬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꽂이, 빈틈없이 채워진 옷장과 이불장, 켜켜이 쌓여있는 그릇들,...
이런 것들이 나를 옥죄고 숨 막히게 한다는 것을 미니멀한 삶을 살고부터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는 편리할 뿐만 아니라 군더더기 하나 없는 아름다움이며 화장을 지운 민낯이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지금도 우리 집 살림은 여전히 미니멀하다.
TV도 없고, 거실에는 커튼도 달지 않았으며 세간살이는 간소하다. 또 넓고 넓은 마당에는 하늘을 가리는 활엽수보다는 적당한 키에 사계가 푸른 측백류에게 자리를 내주고, 꽃과 잔디로 키를 낮췄으며, 정원의 포인트인 오브제조차도 꽉 차지 않게 여유를 두는 편이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정작 내 생각과 태도에는 포화로 틈이 없다는 것!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쓸데 없는 생각을 줄이고 감당해야 할 일거리도 줄이고 줄여서 내게 빈틈을 허락한 뒤 그 안에 쉼이라는 여유를 앉혀야 한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미니멀한 물질에 미니멀한 정신, 그 틈새로 평화가 들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