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꽃밭을 가꾼 지 어느덧 8년째다.
그 사이 수많은 화초와 나무를 심고, 뽑고, 또다시 심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다.
그런데도 새로운 식물을 들일 땐 여전히 망설이게 된다.
어울릴까, 어긋나진 않을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뽑아내고, 자리를 바꿔본다.
그런 수고로움 뒤에 찾아오는 건 언제나 같다.
정원이 새 얼굴로 말을 걸어올 때의 뿌듯함.
애썼던 손길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다.
정원은 멈추지 않는다.
자라고, 시들고, 다시 피어나는 곳.
그 안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고, 그 변화는 늘 생각을 불러온다.
이쯤에 그라스를 심어볼까.
그 곁으로 항아리를 놓으면 어떨까.
담장 밑은 음지식물이 어울리겠지.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 된다.
기다릴 줄 알고, 포기할 줄 알고,
가끔은 욕심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틈새로 햇살이 들고, 바람이 흐르고,
식물들도 그 틈에서 자라난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정원사는 점점 정원과 닮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정원사란 흙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붓 대신 식물로 여백을 채우는 화가라는 것을.
마음은 분명, 창작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정원은 나의 화폭이다.
끝나지 않을 그림을 그리며,
오늘도 나는 조용히 예술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