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꽃밭 가꾸며 산다

꽃밭 너머, 나를 쌓다

by 꼼지 나숙자

올해 5월 초순쯤이었다.

화단 경계로 쓰던 통나무가 썩어가는 걸 보고, 돌로 꽃담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마침내 작업을 마쳤다.


무거운 돌을 옮기고 쌓느라 남편은 고생이 많았다.

차일피일 미루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며 속이 타기도 했지만, 그조차 묵묵히 기다리는 나의 애씀도 작지는 않았다.


완성된 꽃담을 바라보니 흐뭇하다.

겉모습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오래도록 유지될 것 같은 안정감이 마음을 놓이게 한다.


담을 쌓기 전 골라두었던 돌 몇 개는 위에 얹거나 세워 작은 돌탑을 만들었다.

큼직한 돌 하나는 모퉁이에 입석처럼 세워두었더니, 꽃밭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정원을 가꿀 때, 안목도 취향도 놀랄 만큼 잘 맞는다.

정원의 무엇을 손봐야 할지, 또 어디쯤에 어떤 꽃과 나무를 심어야 할지 이야기하다 보면

늘 비슷한 생각으로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함께 만든 풍경을 바라보며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잦다.

이렇게 정원은 우리 부부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다만, 속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나는 서두르고, 남편은 느긋하다.

그래서 가끔 티격태격하지만, 마무리 즈음이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이 생긴다.


꽃담이 완성되면서 내 집 정원은 2%쯤 더 단정해졌고, 한결 멋스러워졌다.

손길이 닿는 만큼 아름다워지는 공간.

그 매력에 푹 빠져 사는 나, 혹시 나르시시스트일까?


이제 일곱 살이 된 나의 정원, 내 눈엔 그저 예쁘고 아름답다.

그런데도 손은 멈추지 않는다.

일을 덜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헛헛하다.

결국 또 무언가를 손에 쥐게 된다.


이쯤이면 나는 분명 워커홀릭이다.

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그게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오래된 숙제일지 모른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이 숙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싶다.


정원처럼, 나도 천천히 다듬어가자.

욕심은 덜고, 감사는 더하며.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멈추지 말자.


어쩌면 숙제란, 끝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덜어내며 살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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