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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꽃밭 가꾸며 산다

꽃밭 옆 돌탑하나

by 꼼지 나숙자

비 소식이 있던 날, 우리 부부는 아침 산행을 가볍게 마친 뒤 마을 수로 공사를 위해 파헤쳐 놓은 땅에서 나뒹구는 돌 몇 개를 주워왔다.

돌이 귀한 곳에 살다 보니, 길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동안 모아 둔 돌 중 멋스러운 것 몇 개는 작은 돌탑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돌탑은 꽃밭과도 잘 어울리고, 그 자체로도 꽤 멋스럽다.

무엇보다 하나하나 돌의 아귀를 맞춰가며 쌓아 올리는 그 순간, 은근한 집중과 조용한 쾌감이 따라온다.


우선 돌탑이 어울릴 만한 자리를 고른다.

그곳에 평평한 돌 하나를 놓고, 그 위에 길쭉한 돌을 세운다. 다시 그 위에 넓적한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하나의 돌을 얹는다.

이런 식으로 돌 몇 개 올리다 보면, 우리만의 특별한 돌탑이 완성된다.


돌의 크기에 따라 돌탑 모양이 달라지고,

돌의 색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이름 있는 조각가가 아니어도, 자연석을 쌓아 만든 정원의 돌탑 앞에 서면 작은 창작의 기쁨, 조용한 예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술가다.

맛깔스런 밥상을 차리는 주부, 황금 들판을 일군 농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손, 흥에 겨운 춤사위 속 몸짓들. 차를 내리는 자세...

그 모두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굳이 최고일 필요는 없다.

자기만의 방식, 자기만의 스타일이면 충분하다.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인정해 주는 것, 그 하나면 족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들은 결국 내 삶이라는 작품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 집 작은 연못에도, 돌탑에도, 텃밭과 꽃밭에도

내 생각과 마음이, 그리고 꿈이 깃들어 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삶에 꼭 맞는 정답은 없지만, 내가 만족하는 삶은 분명 존재한다.


완성된 돌탑 앞에서 나는 나를 본다.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속삭인다.

“이만하면 됐지.”


기대는 낮아졌고, 만족은 더 깊어졌다.

시골에서 꽃을 가꾸며 살아온 세월이

내 안의 예술을 천천히, 조용히 꺼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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