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음을,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다.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는 길,
차창으로 황금빛 햇살이 쏟아졌다.
그 찬란함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행복이 가슴팍 가득 밀려왔다.
오늘만 그랬을까.
아니, 늘 놓치고 살았던 거다.
병원에 도착하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귀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있는 한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겐 행복이다.
있을 때 잘해야겠다.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퇴원 수속을 밟으며 병원비를 결제할 때,
‘후덜덜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실비보험을 들어둔 덕분이다.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남편의 1박 2일 입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행복을
다시 찾아낸 듯하다.
오늘 하루가 새삼 고맙다.
이제는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내게 허락된 시간,
괜한 걱정이나 짜증으로
허비하기엔 너무 귀하다.
한 줌의 햇살,
지나가는 구름,
가을빛에 웃는 고마리와 여뀌에게
미소로 화답할 수 있는 마음을 내기로 하자.
등 굽은 할머니의 짐보따리를
대신 들어주는 일,
자연이 내어준 밤 몇 톨을
이웃에게 나눌 줄 아는 마음도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하자.
사람이고 자연이고 간에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주 놓치고 사는 어리석음,
이제는 과감히 따돌려도 되지 않겠는가.
이런 순한 마음을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내볼 수 있기를,
그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