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놓치고 살던 행복

빛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음을,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다.

by 꼼지 나숙자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는 길,

차창으로 황금빛 햇살이 쏟아졌다.


그 찬란함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행복이 가슴팍 가득 밀려왔다.


오늘만 그랬을까.

아니, 늘 놓치고 살았던 거다.


병원에 도착하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귀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있는 한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내겐 행복이다.

있을 때 잘해야겠다.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다.


퇴원 수속을 밟으며 병원비를 결제할 때,

‘후덜덜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실비보험을 들어둔 덕분이다.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남편의 1박 2일 입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행복을

다시 찾아낸 듯하다.


오늘 하루가 새삼 고맙다.


이제는

사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내게 허락된 시간,

괜한 걱정이나 짜증으로

허비하기엔 너무 귀하다.


한 줌의 햇살,

지나가는 구름,

가을빛에 웃는 고마리와 여뀌에게

미소로 화답할 수 있는 마음을 내기로 하자.


등 굽은 할머니의 짐보따리를

대신 들어주는 일,

자연이 내어준 밤 몇 톨을

이웃에게 나눌 줄 아는 마음도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하자.


사람이고 자연이고 간에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주 놓치고 사는 어리석음,

이제는 과감히 따돌려도 되지 않겠는가.


이런 순한 마음을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내볼 수 있기를,


그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골생활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