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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 아래 차린 마당밥상

가을 햇살 아래, 우리 둘의 작은 잔치

by 꼼지 나숙자

올가을은 그냥 스쳐가나 싶었다.

시골살이 중에서도 손에 꼽는 행복이 ‘마당밥상’인데, 날씨가 도통 받쳐주질 않았다.

이대로 겨울로 들어서나 싶어 괜히 서운했다.


그런데 어제, 10월 29일.

하늘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바람 한 점 없는 상큼한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햇살은 따뜻함을 마당 가득 쏟아붓고, 공기마저 포근했다.

마치 우리 집 마당에만 하늘의 조명이 켜진 듯,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런 날을 놓치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

남편은 생고기를 사 오고, 나는 즉석에서 무생채를 무쳐 마당으로 나갔다.

식탁보를 펼치자마자 마음이 환해졌다.

상차림은 소박했지만, 마을 언니가 선물한 갓 짜온 햇참기름이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무생채를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남편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둘이 함께 가을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모기도, 바람도 없는 완벽한 오후.

청명한 하늘만이 우리 부부의 시골밥상을 살짝 엿보는 듯했다.

그 순간,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따뜻한 햇살과 한 그릇의 밥상 속에 있는 거다.


하루 이틀만이라도 더

이 햇살 아래 마당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하늘에 살짝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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