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겨울사이

봄은 온다

by 꼼지 나숙자

언 땅을 뚫고 크로커스가 뾰족한 몸으로 오종종 올라오는 2월이다.


수선화와 튤립도 서두르는 눈치다.

복수초는 곧 쌓인 눈을 밀어내고 노랗게 웃을 것이고,

동의나물은 납작 엎드린 채 묵묵히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사인 나는 크로커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동의나물 앞에서도 자연스레 무릎을 접는다.

이렇게 여린 생명들이 작은 몸으로 봄을 재촉하고 있는데 겨울은 아직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폭설로 입을 틀어막듯, 서슬 퍼런 기세를 여전히 부린다.


아마 2월 내내 겨울과 봄은 서로 밀고 당길 것이다.

기쁨과 슬픔, 동장군과 햇살, 겨울과 봄이 한자리에 겹쳐 있는 2월은 눈치 보기와 미묘한 심리전으로 어딘가 수선스러운 달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따사로운 빛과 향기를 품은 봄은 온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나는 반딧불’로 알려진 황가람을 우연히 보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에서 이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바뀌는 그의 모습이 문득 ‘삶의 2월’을 떠올리게 했다.

음악을 하고 싶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노숙을 했고,

안 해본 알바가 없을 만큼 그의 2월은 혹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도 봄은 왔다.


70년을 살아오며 내게도 숱한 2월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푹 쪼그라들었고,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같은 긍정의 말도 쉽게 꺼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2월을 건너지 못했을까.


추우면 춥다고 울고,

더우면 덥다고 짜증 내며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젖어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2월은 지나가고 봄이 와 있었다.


누구에게나 봄은 온다.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낸

삶의 2월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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