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에 기대어 앉아

by 홍아미
2013_%EB%B0%9C%EB%A6%AC.JPG?type=w740


바다에 기대어 앉아


그렇게 작은 입구가 있을까. 나무가 흠씬 내려앉은 조그마한 문으로 네가 걸어갔고, 나는 따라갔다. 반들반들한 돌을 지나 나무로 만든 문으로 들어섰다. 네 운동화에서 맨질맨질한 소리가 났다. 여름을 밟는.


갤러리 1. 비로 얼룩진 바닥에서 바다 냄새가 났다. 좋아하는 일은 이토록 깜깜해지는 일일까. 갤러리 2. 불이 난 벽을 뜯자 바다의 모양이 나타났다. 소리를 가두는 건 멋진 일이다. 갤러리 3. 손을 잡을 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해변으로 가는 걸 그만 두었다.


덴드로비움(Dendrobium)이 피어있는 출구로 네가 걸어갔고, 나는 따라갔다. 그녀는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었다. 내일은 휴관이었고, 네가 입구로 걸어갔고, 나는 따라갔다.


(2013, 발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 01. 피렌체의 식전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