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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즐기는 아침 운동

몸을 움직이는 기쁨은 여행지에서 배가 된다.

by 홍아미

[Over The Rainbow]


3. 하와이에서 즐기는 아침 운동

; 몸을 움직이는 기쁨은 여행지에서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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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부지런함을 떨기란 사실 쉽지 않다(‘쉽지 않다’라고 쓰고 ‘하지 않는다’고 읽는다.) 마음은 골백번도 먹지만 실상 이른 아침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등 돈을 내고 등록을 해야 의무감에 겨우 갔던 상황은 하와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왜 하와이에선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일까? ‘세상 이런 부지런함도 없다’ 싶을 만큼 벌떡 일어나는 아이러니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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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각해보면 환경 자체가 집 안 보다 밖을 나가고 싶게 만드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주로 찾는 숙소에서 한 블록만 걸으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위가 졸업한 고등학교가 있다. 명문 사립고등학교로 자랑할 만한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놀랐던 건 대학교만큼 큰 교정과 운동장 트랙이다. 6개의 레인이 천연 잔디 구장을 감싸고 있는데 이곳은 시민에게 개방된다. 수업 시간을 제외한 시간만 이용해야 하지만 그래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눈을 떠 대충 챙겨 입고 모자 하나 푹 눌러 쓰고 나가면 나처럼 여행을 온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안구 정화 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는 드물지만, 트랙을 따라 걷고 뛰면서 등교하는 미국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하하 호호’ 걸어가는 무리에서부터 반쯤 감긴 눈으로 투벅 투벅 걸어오는 학생까지. 한 번쯤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끔 한다.



한참 운동을 하고 있으면 운동부 학생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 연습을 하는 모양인지 럭비공을 던지는 순간 그 앞쪽 트랙을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혹시나 공에 맞아 쓰러지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학생들의 실력이 좋은 건지, 그들의 매너가 좋은 건지…. 학생들의 모습이 뜸하기 시작할 때쯤이 되면 운동도 마무리가 된다. 이곳에서의 운동은 마치 쉬는 시간과도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이 아닌 신분으로 즐겨서 그런 것인지, 천천히 걷거나 뛰면서 이들 삶에 조금 더 들어온 느낌이라서 그런지.



또 다른 일상의 아침은 해변에서 찾을 수 있다. 종종 호텔에 투숙하게 되는 날은 해변에서 느긋하게 걷는 것을 즐기는데 해변에서 즐기는 운동은 학교 운동장과 다르다. 호텔을 나서면 일찍부터 움직이는 외국 관광객이 많다. 나도 그들도 호텔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데 또 굳이 나오는 심보는 뭔지!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부터 어느 노래 가사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인 젊은이들까지. 관광지답게 한 손에 커피 한 잔 들고 출근길에 나서는 직장인도 이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한데 어울려 시작하는 해변의 아침은 눈부시다. 햇살 한 줄기가 조명이 되고 파도 소리, 새 소리가 음악이 되어주며 언제든지 바다로 뛰어들 수 있고, 타올 한 장이면 어디든 내 세상이 된다. 공원의 나무도 잔디도 이제 막 잠에서 깬 것 마냥 푸릇푸릇한데, 낮과 다른 반짝임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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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는 동네와 달리 좀 더 이른 시간부터 분주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활기가 찬다고 할까. 운동하는 사람들의 종목도 다양하다. 축 처진 배도 마다하지 않고 과감히 상의 탈의를 하고 달리는 중년의 아저씨, 무릎이 아픈지 남편의 보호를 받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마냥 소녀 같은 부인, 잔디에서 요가를 하는 그룹, 바다 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서퍼. 여기 한데 어울려 일과를 시작하는 청소부, 공원 관리인, 카페 주인도 웃으며 ‘알로하’ ‘굿모닝’하며 인사해준다. 언제나 그랬다는 듯 조깅에 빠진 남녀도 비치 앞에서 요가를 즐기며 어렵사리 스트레칭을 하는 뻣뻣녀도 이른 아침 비치를 배경으로 촬영에 정신없는 방송팀도.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의 일상이지만, 그것조차 발목을 붙잡는다. 이 흔하디흔한 풍경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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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에서 산책길을 따라 다이아몬드 헤드 방향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펼쳐지는 이곳 풍경에 발걸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차로 이동하면 놓칠 법한 풍경인데 걸어서 보니 볼 수 있는 거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조금 더 가볼까, 가보자’ 그러다 배꼽시계가 꼬르륵하면 물 몇 모금 들이켜 본다. 그것도 역부족이다 싶으면 그제야 발걸음을 돌린다. 돌아오는 길 산책길을 따라 위치한 몇몇 카페는 이미 만석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는 향긋한 코나 커피의 진한 매력을 따라 올 수 없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 하나 사 잔디에 철썩하고 주저 않았다. 근사한 카페보다 더 황홀한 나만의 카페가 그렇게 와이키키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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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에서 즐기는 아침 운동은 단순히 몸이 건강해지는 시간이 아니라 몸도 정신도 마음도 함께 풍요로워지는 그런 시간이다. 나 자신에게 활기를 선물하는 이 아침 시간이 감사하고 소중한 이유다. 아참, 이른 아침 여우비 내린 후 와이키키 상공을 수놓는 무지개도, 공원에서 열심히 돌아가는 스프링클러에서 뿜어내는 물 사이로 떠오르는 작은 무지개도, 비치를 따라 걷는 이 길의 기분 좋은 친구이자, 꽃길을 만들어주는 ‘꽃 한 송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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