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일들
여름이고 저녁인데 아무도 없는 공원이었다. 차가워져서, 나를 옆에 두고 걸었다. 둘은 친한 사이였는데 오늘에서야 불편해졌다. 비행기 아래로, 나무들이 지나간다. 한 명은 이름을 외웠고, 한 명은 생김새를 외웠다. 아무 소용없는 일을 둘은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아무도 없는 공원의 일부라는 것.
햇볕은 편중되어 있다. 오늘에서야 알았지만. 고무적인 일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렇게 말했는데, 너는 잠시 어두워졌다. 꽃이 피어나면 자꾸 졸립다. 나는 허공에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7,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