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바다에 뛰어들고 싶어 by 홍아미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축한 화산섬

by 홍아미

배를 타고 가는 제주도 여행은 처음이었다. 새카만 밤바다 위 반짝이는 별 구경을 기대했으나 이미 여수까지 여섯 시간을 운전해 막 도착한 터라 피곤한 나머지 금세 곯아떨어져 버렸다. 열쇠를 반납하고 서둘러 하선하라는 방송에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 7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른 아침 제주항은 짙은 해무에 휩싸여 있었다. 골드스텔라 호에서 차를 타고 빠져나와 그대로 일주대로를 달렸다. 우리가 오기 직전까지 엄청난 비가 내렸다는 제주 날씨는 아직 개지 않은 것 같았다. 날씨야 아무렴 어떤가. 나는 지금 제주에 왔는데! 그동안 내가 경험한 제주로 오는 여정 가운데 가장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으나 그 덕분에 제주도가 얼마나 먼 곳인지 처음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10729_095826636.jpg 여수-제주 골드스텔라호







제주도는 수백만 년에 걸쳐 수없이 많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이다. 까마득한 옛날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바다 속, 대륙붕에서 처음 화산활동이 일어나 수면 밖으로 빼꼼 하고 섬이 탄생되던 순간을 상상해본다. 용암이 분출되면서 섬 곳곳에서 오름이 생겨나고, 흘러내린 용암과 층층이 쌓인 화산재가 튼튼하게 지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제주 한가운데 한라산이 만들어지고, 동쪽과 남쪽에 성산일출봉과 송악산이 탄생되던 순간을. 이건 마치 신의 손길로 빚어낸 정교한 예술 작품이 아닌가. 마침내 새가 날아오고, 물고기가 모여들고,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인간이 물질을 하며 온갖 생명이 살아숨쉬는 현재의 제주도가 되기까지.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축한 곳이 아닐 수 없다.




sub01_img05.png 제주 지질도 -출처 제주지질공원




제주항에서 가까운 삼양해변의 바다뷰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지친 몸을 쉬어가기로 했다. ‘삼양검은모래해변’으로 알려진 이곳은 가족 단위로 놀러와 물놀이, 모래놀이 하기에 좋은 곳이다. 다른 해변에 비해 유난히 어두운 색의 모래사장을 자랑하는데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래찜질을 하러 오는 사람도 많다. 검은 모래이기 때문에 찜질 효과는 배로 늘어난다.





IMG_2915.JPG 삼양검은모래해변



아직 6월인데도 날씨는 후덥지근했고 관광객은 은근히 많았다. 해변 왼쪽으로 설치된 나무 데크를 따라 텐트가 주욱 열 지어 있었다. 본격적인 바다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정오가 되어 해가 높이 뜨자 그나마 있던 구름도 흩어져버렸다. 함덕해변에 가서는 서우봉에 올랐는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땀을 삐질 흘리며 촬영을 하고 있노라니, 얼른 시원한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KakaoTalk_20210729_095856518.jpg 덥고 힘들어서 넋나간 여행 작가 A




이번 여행의 첫 숙소는 김녕성세기해변 바로 옆의 게스트하우스였다. 김녕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제주 바다 중 한 곳이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 즈음이라 해는 아직도 중천에 떠있었다. 짐을 벗어놓은 뒤 우리는 바로 수영복을 챙겨 입고 해변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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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 성세기 해변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맑고 푸른 수질을 자랑한다. 모래가 희고 고와서 해수욕하기에도 좋다. 파도가 잔잔해 패들보드를 타거나 스노클링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만한 천국이 없다. 나는 빨간 오리발까지 착용하고 바닷속을 유영하기도 하고, 숨이 찰 땐 벌렁 드러누워 수면 위에 동동 떠서 하늘을 바라봤다.

여름이어서 좋고, 바다가 있어서 좋고, 제주도여서 좋은 순간. 행복을 만끽하며 여행 첫날을 마무리했다.



KakaoTalk_20210729_095947807.jpg 바다에 뛰어들기 전 찰칵






*제주여행기, <제주는 숲과 바다>는 홍아미, 박성혜 작가가 교차로 주 1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실 수 있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보내드립니다. 많은 구독과 공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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