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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Nov 30. 2021

술 취할 때 우리는 디오니소스를 만난다

<디어 디오니소스> 안세나 작가 인터뷰


"취한 상태를 감각했던 '순간',
당신은 디오니소스를 만난 거예요"









Q. 이 책을 선택하실 독자분들에게 <디어 디오니소스>에 대한 책 소개와 작가 소개를 간략하게 해주신다면.


이 책은 ‘취하는 것’에 대한 에세이에요. 그 취하는 상태를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라는 신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 취하는 것에 대한 미학적 단상들을 썼어요. 저에게는 항상 예술과 철학이 관심사였고, 학교 안에서나 밖에서 꾸준히 공부해왔고, 그러던 중 술도 엄청 마시게 되고 그러다가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Q. 성인이 됨과 동시에 우리는 술을 마시고 취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를 철학적으로 심오하게 들여다보는 시도 자체가 신선하게 읽혀졌어요. 단순한 유희나 쾌락에 그치지 않고, 심도깊게 들여다보게 된 계기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이라는 개념은 어려서부터 알게 됐는데, 학교 수업 시간에서 알게 됐는지 책에서 알게 됐는지 기억은 잘 안 나요. 아마 두 개 다였던 것 같아요. 술 취하면 항상 디오니소스가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술 마시면 마실수록 계속 디오니소스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굳이 계기나 에피소드를 찾자면, 그냥 '어쩌다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에'인 것 같아요.




Q. 책 속에서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짧게 설명하자면, 디오니소스는 전체성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혼돈 또한 포함이 되는 거고, 아폴론은 각 잡고 나눈 상태라고 할까요. 다르게 말씀드리면, 아폴론은 정신 똑바로 차린 상태, 디오니소스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니고’가 중요하지 않은 상태요. 예술로 이 둘을 따지자면, 아폴론적인 것은 건축,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음악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과연 우리가 세계를 정확하게 나누고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우리가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있기는 한가.'라는 문구를 보면서 궁금해진 부분인데요. 이 책에서 내내 디오니소스적인 세계와 아폴론적인 세계가 대조되거나 혹은 병치되는 구조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말하려면 반드시 아폴론적인 것을 말해야 해서, 디오니소스만 쓸 수가 없었어요. 동전의 양면 같다거나,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다거나, 그런 비유들처럼,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은 한 쌍이에요. 원래 이 두 가지 개념, 즉,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이라는 이 두 가지 충동이 예술을 구성한다는 내용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그 이전에도 있었던 개념이지만 니체가 본인의 책에서 이 개념을 통해 예술과 세상을 설명하면서 유명해졌죠. 저도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글을 썼지만, 니체가 말한 개념과 제가 말한 개념이랑 아무 상관없는 부분도 있어요. 비극의 탄생의 해설서를 쓰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제가 느낀 것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거니까요.




Q. '취하기'와 '글쓰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저에게 글쓰기는 아폴론적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취하기'가 디오니소스적인 행위라면, '글쓰기'는 아폴론적인 것 같아요. 글쓰기라는 것이, 언어로 계속 뜻을 정의하고 애매모호한 것들을 지시해서 드러내고 설명을 하는데, 거기에 또 구조를 만들기도 해야 하니까요. 어둠 속에서 빛을 탁 켜서 사물의 경계를 드러내는 작업 같아요. 정리정돈하는 작업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건축이랑 비슷한 느낌도 있고요. 근데 취하기는 그거랑은 반대죠. 근데 이건 어떤 글쓰기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시를 쓰는 사람은 그 글쓰기가 좀 더 디오니소스적일 수 있겠죠. 저는 시를 안 써서 잘 모르겠는데, 글의 장르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해요.




Q. 책을 쓰시면서 가장 작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요?


글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책상에 앉는 것 자체가 먼 길 떠날 채비하고 앉아야 하는 것처럼 심적인 부담도 있었고요.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정서나 감정이 기본적으로 사고(思考)에서 오는 것이어서,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어떤 밸런스로 써야 할지, 톤앤매너를 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썼어요. 뭘 정하고 쓰기에는 계속 모르겠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톤으로 썼어요.




Q. 반드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구절)이 있으시다면. 그 이유는?


서문에 나오는 "엄밀히 말해 우리는 디오니소스 그 자체를 알 수는 없지만,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해 말할 수는 있다. 마치 디오니소스는 존재하지 않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은 존재하듯 말이다. 그리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수록 순도 높은 디오니소스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이요. 왜냐하면, 왜 여기서 디오니소스에 대해 말하지 않고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이유를 말했기 때문이에요. 보통 '적'이다 라는 표현은 글 쓰는 사람들이 기피하거나 쓰기 조심스러워 하는 표현이잖아요. 그런데, '적이다라는 말이 아주 적절해서 필요한 경우도 있거든요. 이 건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Q. 이 책이 어떤 분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으시다면요?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보셨으면 하는 뮤직비디오가 하나 있는데요, Massive attack의 'Live with me'라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거기 보면, 여자주인공이 나와서 첨부터 끝까지 계속 술을 마시거든요. 되게 하이퍼 리얼리티여서 저는 감동적이게 봤고요, 그리고 그 뮤직비디오에 달린 전 세계에서 모인 5천개 이상의 댓글들이요. 전 그 댓글들을 보면서 술 마시는 혹은 술 마셨던 사람들의 연대 정서 같은 것을 느꼈어요. Sympathy, Empathy가 다 느껴졌어요. 만약 그 글들을 보고 어떤 공명이 생기는 분이라면 제 글도 재밌게 읽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술 마실 때 그저 취함에 묻혀버리는 게 아니라, 취한 상태를 감각했던 '순간'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순간이 아마 디오니소스를 느낀 순간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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