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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Feb 20. 2022

글쓰기로 같이 놀고 싶어요

에세이스트를 만나다 2 - 홍아미


작가 인터뷰



글쓰기로 같이 놀고 싶어요

홍아미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서저자 



Q. 에세이를 쓰는 이유, 혹은 에세이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멋지게 답변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요, 내 얘기를 남들이 들어주는 게 좋아요. 말주변이 없는 저로선 글밖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더라고요. 이 책의 ‘당신이 들어 줄 테니까’ 챕터에 자세히 나와 있답니다. 


Q. 아미 작가님 글은 참 솔직하고 담백해요. 또 담담하게 자기 고백과 성찰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혹시 자기 고백적인 글을 쓸 때 명심하거나 꼭 지키는 부분이 있는지요? 

작가와 화자의 거리두기를 명심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자기 고백적인 글을 쓸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이 바로 화자가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솔직해야 한다는 핑계로 이야기에 쉽게 매몰되어 독자를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여기는 글이 되어버리거든요. 나는 작가고, 작가는 화자를 컨트롤한다는 지점만 분명히 해둬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에세이 욕망’이라고 하면 거창할지 몰라도 에세이를 쓰려는 이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에세이집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 이유가 뭘까요.

우리 모두 ‘관종’이기 때문 아닐까요.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전자출판이나 독립출판 등 출판 방법이 다양해진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웹툰,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분들도 많잖아요. 저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특별한 배경이나 대단한 성취를 가진 이들만이 책을 내고 관심을 받았다면, 이제는 관심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거 아닐까요.


Q. 2W매거진의 필진이기도 하지만, 발행인이기도 하죠. 2년 가까이 달려오며 느낀 소회가 궁금해요.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네요. 제가 이렇게 꾸준하고 뚝심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어요. 농담이고요. 예전에 박막례 할머니가 그랬잖아요. 남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고 내 맘대로 북 치고 장구치고 놀다보면 남들이 같이 와서 춤을 춘다고.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제 장단에 같이 춤 춰주는 ‘아미가(친구)’들을 보며, 그리고 그들의 장단에 저도 같이 영향 받으며 2년 가까이 굴러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들과 이렇게 계속 같이 놀고 싶어요. 


Q. 올해 글쓰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년까지는 1인 출판을 시작하며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책으로 내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면, 올해는 작가 홍아미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요. 작가이자 출판인으로서 아주 왕성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 책을 포함 올해 5권 출판을 공표합니다. 과연 지켜질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주세요.


(*인터뷰 전문은 책 속에 있습니다_)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서> 목차 예시(최종안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리 떠나고만 싶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불편함과 부채감에서
딱 1년만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이 마음조차 죄책감이 드는 나날들





결혼 10주년을 일 년 정도 앞둔 어느 가을 날이었다. 일산호수공원의 한 벤치에 우리는 나란히 앉아 더없이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있었다. 온 삶을 서로에게 기대어 살 수 있는 반려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앞으로 남은 삶도 이렇게 우리 잘 살자, 뭐 그런 류의 포근하고 뽀송한 말들을 예쁘게 주고받으며 문득 깨달았다. 

남은 인생이 무지하게 길다는 걸. 함께 늙어갈 일만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가 아직 꽤 젊다는 걸. 


나는 십 수 년 전 했던 약속을 다시 들먹였다. 

“딱 1년만 여행하면서 살자. 우리가 더 이상 이십대가 아니니 하드코어한 배낭여행은 무리라 해도 한 달 살기 식으로 느긋하게 일도 하고 여행도 즐기면서 다니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우리 둘 다 직장에 매인 몸도 아니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 사십대 즈음의 우리 부부에게 의미 있는 쉼표가 될 거야. 잘 생각해봐. 우리에겐 여행을 떠나지 못할 이유보다 떠나야 할 이유가 더 많다고.”

여행을 가자고 꼬드기는 주제에 대해서라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나의 설득에 남편은 혼이 빠진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남편은 물론 나조차도 1년 이상 한국을 떠나본 일이 없었다. 그 어떤 떠남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나의 여행에 대한 욕망을 1년간의 세계 여행이 채워줄 것인가. 다시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빛났다. 집 떠난 줄 알았던 상상과 공상과 망상이 다시 돌아와 나의 가슴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그땐 미처 몰랐다. 내 앞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서> 중에서



작가 후기 보기



2019년 제가 평생 꿈꿔왔던 소원인 '1년 간의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의 에피소드와, 2020년 코로나 판데믹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일상, 2021년 2W를 통해 굳이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기까지 무려 3년간의 시간을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심각한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중요한 건 지난 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썼다는 겁니다. 작가로서 자괴감을 느끼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힘들어했던 시기도 있었지만(책 속 한 챕터에 아주 솔직하게 적어놓았습니다ㅋㅋㅋ) 제가 스스로 작가이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 저에게는 그것만이 참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동료 작가들을 모아 굳이 기성 출판에 기대지 않고도 작가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 스스로가 참 뿌듯합니다. - 홍아미 블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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