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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Feb 23. 2022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에세이스트를 만나다 3 - 조은영





작가 인터뷰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


조은영 이 순간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저자




Q.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19년차 직장인으로 바쁜 가운데 인플루언서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요그 일상이 잘 녹아난 책이라 더 좋았습니다글을 다 정리하고 보니 소감이 어떠신가요?

매거진에 기고한 글 외에 틈틈이 써 놓았던 글들을 묶었는데요. 글을 쓸 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글을 매일 쓴다고 이게 남을까?’ 혹은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묶어 놓고 나니 의미 없는 글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음에 드는 글이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글이든 저마다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퇴고하면서 다시 읽다보니 ‘아, 나 허투루 살고 있지 않구나.’ 싶어서 스스로 대견했어요. 


Q. 언제부터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셨나요처음 에세이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혼자 소설을 썼고, 대학에서도 소설을 전공했어요. 등단을 하고 작가가 되는 게 한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러다보니 늘 읽는 책도 소설이었고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흔히들 우주가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소설에서 위로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른 분야의 책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지만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폭발적으로 책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이 아닌 제 이야기를 쓰게 된 것 같아요. 소설은 저를 숨기기에 아주 좋은 장치였는데요, 에세이를 쓰면서 저를 드러내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Q. 엄청난 다독가로 알고 있는데요책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서평을 쓰는 노하우가 궁금해요.

좋아하는 건 늘 생각나잖아요. 저한테는 책이 그런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책, 읽고 싶은 책, 궁금한 책에 대해 생각해요. 연쇄독서를 좋아하고요. 읽는 책 속에 소개되는 책들 중에 궁금한 책은 꼭 찾아 읽는 편이에요. 그렇게 읽다보면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실은 저는 서평을 잘 못써요. 제가 쓰는 서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요. 책의 줄거리보다 책을 읽고 느낀 제 감정에 대해 기록하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서평을 쓰는 게 일기를 쓰는 것처럼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됩니다. 그게 좋아서 계속 씁니다. 혹시 서평을 쓰고 싶은데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일기’처럼 써보시길 추천해요. 


Q. 2W매거진에 1년 넘게 꾸준히 기고해주셨어요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고 함께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여자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첫 투고 이후 매월 20일이면 한 편의 글을 마감해야한다는 마감 생활자가 된 기분도 좋았고요.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행복했고요. 그래서 계속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으시다면?

딱 저 같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살고 계시는 분들이요. 잘 하고 있나, 나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렇지 않다고, 그게 맞다고 말하고 싶거든요. 엄마가 되는 일도 육아도 일도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갈팡질팡 하는 것도 맞고, 헤매는 것도 맞고요. 그런 분들에게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우린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서로 응원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이번 에세이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소감 말씀과 앞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될 동료작가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세이스트 프로젝트는 매거진에 열 편, 열 달 이상 기고를 해야 자격이 주어지잖아요. 1년 꼬박 마감을 어기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 자체로 제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는 분들 역시 그 시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오셨다는 거니까 먼저 스스로를 칭찬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가장 칭찬했던 게 ’꾸준함‘ 이었거든요. 이 꾸준함이라면 앞으로 못할 게 없겠다 싶었어요. 이제 막 매거진에 글을 투고하기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마감이 주는 행복한 압박감을 즐기시면서 1년 꾸준히 쓰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뭐라도 됩니다. 분명히요. 


*인터뷰 전문은 책 속에 있습니다.






매일 뜨겁고, 뜨겁다가,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때
잠시 멈추는 거라고.
무너지는 건 다시 뜨거워지기 위해
필요한 잠깐의 쉼표라고.





마흔,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난 뒤 드디어 내게도 자유가 오겠구나, 육아에도 볕이 들겠구나 생각했다.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실을 잊고 살았다. 계획하고 노력할 땐 기별도 없더니, 덜컥 둘째를 임신하고 다시 신생아 육아가 시작됐다. 마흔에 시작하는 육아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쉽게 지쳤고, 감정은 시도때도 없이 바닥을 쳤다. 신랑은 바빴고, 친정엄마는 자주 아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 아이와 이제 막 고개를 가누기 시작하는 둘째 케어는 오롯이 내 몫이 되었다. 그래도 잘 하고 싶었다. 잘 키우고 싶었다. 괜찮은 엄마이고 싶었다. 큰 아이 마음 챙기고, 둘째 아이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느라 나를 놓쳤다. 나만 잘하면, 나면 참으면, 나만 덜 자고 대충 먹으면 그럭저럭 일상이 굴러갔다. 아이들은 엄마를 향해 매일 웃어주었고, 그게 힘이 된다고 그거면 충분하지, 생각했다. 둘째 수유 후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우연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밑도 끝도 없이 눈물이 났다. 오래 울다가, 마른 울음이 나올 때까지 울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위에 식탁에 침대 옆에 쌓여있던 육아서들을 내다버렸다. 머리를 싹둑 자르고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버렸다. 그 날 이후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무럭무럭 늙어간다. 헝클어진 머리, 늘어진 뱃살만큼이나 쳐지는 마음은 자라나는 아이들 때문이 아니었다. 나의 뜨거움은 늘 허무하게 무너졌으나 무너진 뒤에 또 다른 뜨거움이 찾아왔다. 

매일 뜨겁고, 뜨겁다가,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때 잠시 멈추는 거라고. 무너지는 건 다시 뜨거워지기 위해 필요한 잠깐의 쉼표라고. 그러니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거라면, 기꺼이. 




작가 후기 보기


왜 글을 쓸까? 왜 쓰고 싶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굳이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려 해요. 저는 이제, 읽고 쓰는 삶이 제가 살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설렘, 글을 쓰며 느끼는 설렘은 분명 저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해요. 의심하지 하지 말아요. 글을 쓰는 그 순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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