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여름날
한낮의 말을
내 어깨에 살포시 놓고
뒤돌아섰을 때
얇게 불행해졌어요
기쁜 채 넘어졌어요
“위로에 대해선 잘 알지,”
자꾸 여름 같은 말을 쏟아내고
나는 자꾸 나무의 향기를 훔칩니다
우는 나는, 울고 있는 나를 잘 알아요
울음이 없는 수평선은
표정을 서툴게 한다는 것도요
아무도 오지 않는 날엔
비로소 흔한 슬픔에 기대어 있습니다
(2014, 괌)
:부서지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은 위로라는 걸 알았던 순간이다. 마음이 없는 위로는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또 모든 걸 안다는 듯한 위로는 더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진심을 다한 위로가 필요했다. 그때는 여름 다음, 여름이었다.
박산하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호흡이 짧고 간격이 넓은 글을 쓰고 싶어 시 비슷한 걸 씁니다. 언어를 고르고 마음을 조율하는 일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