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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포즈의 식물원

by 홍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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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포즈의 식물원


바람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식물원의 문을 가장 먼저 통과했고요. 잎사귀에 먼지가 두툼했고 손은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햇볕을 조금 삼켰을 때, 무관한 일들이 조용히 도착했습니다.


흙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우리들은 식물의 시간과 밤, 바다를 섞어서 흙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흙에서 어느 날, 홀로 걸어가던 냄새가 났습니다. 깊숙한 마음이란 이런 것이군요. 자꾸 중얼거렸습니다.


흙에서 나무가 태어났고, 어딘가는 어두워졌습니다. 조용히 도착한 일은 가장 다정한 그믐이었습니다. 때마침, 무거운 나무의 팔에서 흙부스러기가 눈처럼 떨어졌고요. 그때쯤 식물이 멈추었습니다.


(2017, 안트베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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