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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손전화기사진

by Conan

[손전화기사진]

전화는 걸고 받는 것만 잘되면 좋은 것이던 시절엔 전화기에 카메라가 달려있는 것 만으로 충격이었다. 요즘의 나는 카메라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다. 밖에서 사진 찍을 상황이 생기면 일이 아닌 이상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무거운 카메라를 들처메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들이 전자신호를 받아 인터넷을 하고 사진을 전송하고 간단한 조작으로 사진 편집까지 해주니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들고 다니는 덩치 큰 카메라는 거의 자기 과시용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사진 화질이 좋아져서 텔레비전 방송에 사진이나 동영상이 쓰이기도 하니까 품질이야 제조회사가 아닌 방송사들이 알아서 검증해주고 홍보해주는 만큼 믿고 쓸 수 있다. 나는 핸드폰이라는 콩글리시를 풀어 '손전화기' 라 쓰고 '사진'을 붙여 손전화기사진 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손전화기사진 이라는 말이 왠지 더 정감 있고 어울린다.


장충동.

장충동에서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을 때면 흑백 텔레비전에선 환호성이 들리고

"박치기~박치기~!"하던 삼촌들이 한 손엔 쥐포 한 손엔 맥주를 들고 늘 아쉬워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쉬움은 프로레슬링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함에서 나온다. 장충체육관 앞 노점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고 그 앞엔 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인기가 좋은 품목은 쥐포와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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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 중에 광장시장은 손꼽힌다. 순대, 머릿고기, 삶아진 국수 덩어리, 족발, 지짐, 떡볶이, 깨가 잔득묻은 김밥 등 우리에겐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들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광장시장의 녹두지짐과 막걸리는 진리다. 깔끔하고 깨끗하고 청결한 것을 찾는 사람은 경양식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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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세월의 흔적들이 보이는 철문. 온갖 스티커 자국이 남아있는 문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청과물시장의 골목을 들어서면 상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로 왁자지껄 하다. 전대를 찬 과일가게 주인장은 100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품질 좋은 거라 비싸게 팔릴 거니 흥정 말라하고 과일을 사려는 손님은 한 개라도 더 달라고 안 주면 갈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서로 웃으며 과일과 돈을 바꾼다. 모퉁이를 돌아 시간이 쌓인 골목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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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아이폰사진 이죠?

대답.베가노트요 펜택꺼.


질문.포토샵 한거죠?

대답.아니요 기본으로 깔려있는 앱을 주로 사용하고 다음으로 스넵시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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