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은 환자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스트레스 때문이에요”일 것이다. 마치 막연한 답으로 던져진 이 말은, 듣는 순간 머릿속에 안개를 불러온다.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잖아.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답을 몰랐던 나 역시, 늘 바쁘게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그저 ‘늘 곁에 있는 손님’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손님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보이지 않는 손님, 스트레스
어느 날 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몇 시간째 멈추지 않고 스크롤만 내리고 있다는 걸. 화면 속 사람들은 저마다 빛나고 있었다. 멋진 여행지에서 웃음 짓고,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행복을 나누고, 눈부신 커리어를 자랑하며 반짝였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왜 나는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질까?”
그건 단순한 비교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마트폰 속 세상이 나를 쉼 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더 나은 모습, 더 많은 성취를 향한 끝없는 갈증이 내 안에서 자라났다.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작은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세상의 빛이 흘러들어와 나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버리는 듯했다. 그 투명함 속에서 나는 자꾸만 나 자신을 놓치고 있었다.
스마트폰과의 거리 두기
그래서 작은 결심을 했다. 하루에 단 세 시간, 핸드폰과 거리를 두기로. 그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우기로 했다.
처음엔 손이 근질거렸다. 어쩌면 중요한 메시지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그 불안을 견디고 나니 마치 흐리던 물이 맑아지는 것처럼 내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없는 시간,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별다를 것 없는 그 순간들이 어느새 소중하게 느껴졌다. 쏟아지는 알림도, 끝없이 이어지던 검색의 미로도 없이, 나는 비로소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시간을 쓰고 있다는 자유를 느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은 것은, 나 자신을 손에 다시 쥔 것과 같았다.
쉼표를 발견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잠시 물러난 시간은 내 삶에 작은 쉼표를 만들어주었다. 쉼표는 한 문장을 더 풍부하고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기호다. 그 쉼표가 없으면, 문장은 길을 잃고 독자는 지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쉼표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자꾸만 길을 잃고 있었다.
그런데 핸드폰에서 멀어지자, 그 작은 쉼표가 내 마음에 새겨졌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런 시간이 쌓이니, 그동안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나에게 물었다.
“지금 진짜로 중요한 건 뭐야?”
그 질문은 나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데려갔다. 스마트폰에 빼앗겼던 시간이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났다.
나를 돌보는 연습
오늘도 나는 스마트폰과 잠시 작별을 고한다. 알림음도, 쏟아지는 화면의 빛도 잠시 멈춘다. 그러면 나를 감싸는 시간은 따스한 이불처럼 포근해진다. 내 안의 숨구멍이 열리고, 긴 호흡이 들어온다.
그렇게 나는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한다. 나를 안아주고, 나에게 말을 건네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진 나의 하루는 마치 겨울날 따뜻한 볕이 들이치는 창가 같다. 오늘도 나는 그 창가에 앉아 나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진다.
스트레스는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을지 몰라도, 이제는 나를 삼키지 않는다.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그 단단함 속에서 나는 내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