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분을 본 건, 동네 목공 공방이었다.
나는 작은 선반을 만들겠다고 등록한 초보였고,
그분은 그 공방의 가장 오래된 수강생이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와서 작업대를 닦고 계셨다.
“나무는 성질을 안다고 마음대로 되진 않아.
손보다 귀가 먼저 배워야지.”
나는 그의 말을 처음엔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그 말은, 그날 내가 쪼갠 나무처럼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분은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
다만 내 서툰 못질 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거나,
톱질 각도가 어긋났을 때 조용히 자신의 톱질 소리로 답하셨다.
나는 그분의 손을 보며 배웠다.
말보다는 움직임이 먼저인 사람.
그러나 그 움직임엔 언제나 품이 있었다.
우리는 이름도, 연락처도 모른다.
그저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
각자의 나무를 깎으며, 아주 조금씩 서로를 깎았다.
어느 날, 내가 만든 조그만 책꽂이를 보여드리자
그분은 아무 말 없이 본인의 작업대 아래서
작은 조각칼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셨다.
“이건, 내가 서른에 산 거야.
지금은 자네가 더 쓸 것 같네.”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손에 조각칼을 쥔 채,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분은 천천히 뒷모습을 보이며 나무 먼지를 털고 있었다.
우리 사이엔 많은 말이 없었지만
같은 나무를 깎는 동안,
우린 세대를 넘어 같은 마음을 다듬고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