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빛이 나를 키웠다

by 코난의 서재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엔 진돗개가 살았다.
검고 단단한 눈동자를 가진, 듬직한 어미개였다.
어느 해 봄, 그 개가 일곱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

작고 말랑한 털뭉치들이 마당을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풍경은,
지금도 내 기억 속 가장 따뜻한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큰 덤프트럭 한 대가 골목을 지나던 날,
강아지 몇 마리가 그 바퀴 아래에서 생을 마감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ChatGPT Image 2025년 5월 19일 오후 06_18_03.png

그 작고 여린 생명들이 세상을 떠난 그날 이후,
어미개의 눈빛은 어딘가 달라졌다.

며칠을 마당 구석구석 서성이며
어미개는 빈 자리를 킁킁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댁으로 간다며 트럭에 실려 떠나갔다.
나는 그날, 마당 한쪽에 서서
트럭 뒤에서 날 바라보던
그 개의 눈빛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되었다.

울지도 짖지도 않았지만,
무언가를 꾹 삼킨 채
한없이 깊었던 그 눈빛.
마치 “미안하다”는 말과
“잘 살아야 해”라는 당부가 섞인 듯한 그 눈빛은,
어린 나에게 이별이란 감정을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헤어짐’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지금도 내 안에 살고 있다.
딸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괜히 망설인다.
혹시 또다시,
그날의 눈빛을 마주하게 될까 봐.

래서 나는 아직,
강아지를 키울 용기가 없다.
이별 앞에서 무너졌던 그날의 나를,
여전히 마당 한구석에 묶어둔 채 살아간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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