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
너희 둘 다 집에 없던 날이었지.
딸아이는 친구들과 만나러 나갔고,
아들은 체육관에 간다고 씩 웃으며 나갔지.
문이 닫히고 난 뒤, 거실이 조용해졌어.
티비도 꺼진 채, 아무 소리도 없었단다.
나 혼자 저녁을 차리고, 나 혼자 밥을 먹었어.
그런데 참 이상하지.
소란스러울 땐 늘 ‘조용한 저녁’이 그리웠는데,
막상 찾아온 고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허전하더라.
딸아, 네가 부르는 “엄마~ 여기 치워도 돼?” 하는 말이,
아들아, 네가 부스럭거리며 냉장고 문을 여는 그 소리가
이렇게 따뜻했던가 싶더라.
그 시끄럽던 시간들이
엄마에겐 가장 살아있는 순간이었구나,
이제서야 깨달았어.
누군가에겐 평화일지 몰라.
하지만 엄마에겐,
이 조용함이 그저 눈물 나는 공백이더라.
그러다 너희가 차례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현관문 여는 소리, 발소리,
“엄마, 나 왔어.”
그제야 집이 다시 숨을 쉬는 것 같더라.
너희의 존재가,
이 집에 불을 켜는구나 싶었어.
오늘도 고마워,
엄마를 엄마로 살아가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