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나무 책상, 왼쪽 끝 모서리가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오랜 시간 팔꿈치를 괴고 버티며 앉았던 자리.
그곳은 대학교 도서관 2층, 가장 안쪽 창가 자리였다.
햇살이 오후 3시쯤이면 사선으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겨울이면 빛이 따뜻했고, 여름이면 잠시나마 그림자를 만들어줬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나뭇잎 바스락거림과, 멀리서 들리는 운동장 호루라기 소리.
세상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그 책상 위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몰입’이라는 걸 배웠다.
시험을 앞둔 긴장감보다,
한 문장에 온 마음을 실어 밑줄을 긋고, 한 단락에 끄덕이는 순간들이 더 진했다.
공부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알아가는 일이라는 걸,
그 자리에서 처음 느꼈다.
무수한 좌절과 다짐이 스며든 그 공간.
모서리가 닳을 만큼 엎드렸고, 그 끝에서 문득 나를 발견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보려는, 서툴지만 단단한 의지를 가진 나를.
이제 그 공간은 더 이상 내 자리는 아니지만,
나는 지금도 어딘가 새로운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그 모서리의 촉감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배움을 기억하며,
지금의 내 자리도 언젠가 누군가의 ‘배움의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