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흐르는 것들

by 코난의 서재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시간의 흐름을 놓친다. 손끝에서 나오는 글자들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고, 화면 속 글은 점차 흐릿해진다. 머리 속의 생각들은 마치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그 실을 움켜잡고 있다. ‘조금만 더. 얼른 끝내야 해.’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고, 글은 왜 그리 잘 써지지 않는지 답답한 마음만 커져간다.


고개를 들어 책상을 떠난다. 창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마치 나를 초대하는 듯하다. ‘그렇게 한 번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난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저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머릿속은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잠시라도 쉬면, 마치 자전거 바퀴를 멈추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서 컴퓨터 화면을 본다.


그런데, 글이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 마치 땅에 묶인 씨앗처럼, 아무리 손끝에서 힘을 줘도 뿌리를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나는 깨닫는다. ‘계속 억지로 하려면, 결국은 자생력이 떨어진다.’ 내가 너무 힘을 주고 있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잠시 일어난다. 물을 따르고, 커피를 내리거나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시기도 한다. 그 작은 순간들이 내게 신선한 바람처럼 다가온다. 잠시만 쉬어도, 나는 더 이상 글과 싸우지 않는다. 마치 바람이 풀어주는 고집처럼, 내 몸과 마음도 스스로 풀리기 시작한다. 잠시 멈추고 나서 돌아왔을 때, 글은 더욱 자연스럽게 흐른다. 이 글도, 그처럼 자라나야 하는 순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냥 조금 쉬자’는 생각이 나를 비로소 풀어내고, 글을 놓아주기 전까지 움켜쥐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그렇게 내가 놓았을 때, 글은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듯 흘러갔다. 마치 고요한 물줄기처럼.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때로는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고,

잠시 멈추는 법을 아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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