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촛불을 켜다

by 코난의 서재

하루는 아무 이유 없이 모든 게 싫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지만 제대로 해낸 게 하나도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은 쌓여가는데 마음은 지치고, 괜히 짜증만 늘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왔고,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날 저녁, 아이들이 잠든 후에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켜보았지만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스마트폰을 뒤적여 봐도 더 공허해질 뿐이었다.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야 할지 몰랐다.


문득 거실 한쪽에 놓여있던 하얀 초가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선물 받은 향초였는데,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장식용으로만 놓아두었던 그 초를 불쑥 켜보고 싶어졌다. 라이터를 가져와 불을 붙이자 촛불이 부드럽게 피어올랐다. 은은한 불빛과 함께 살짝 퍼지는 향기가 방 안을 감쌌다.


그저 멍하니 촛불을 바라보았다. 불꽃은 바람결에 미세하게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고 끝까지 타올랐다. 흔들리지만 꺼지지 않는 모습에 이상하게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하루 내 마음도 저 불꽃처럼 흔들렸지만, 결국 여기 이렇게 버티고 있지 않은가.


가만히 앉아 촛불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루 종일 쌓여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고 촛불의 따뜻한 빛을 떠올렸다. 고요한 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오직 내 숨소리와 촛불이 타오르는 소리만이 귀에 맴돌았다.


그제야 나는 오늘 하루 나를 너무 몰아붙였다는 걸 깨달았다. 완벽하려고 애쓰다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고, 그러다 지쳐서 아이들에게까지 화풀이를 했다. 결국 문제는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밀어붙였다는 데 있었다.


촛불 앞에서 나는 비로소 솔직해졌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조금 모자라도 내일 다시 하면 된다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촛불은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았고, 나 역시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한참을 촛불 앞에서 앉아 있었다. 불빛은 점점 작아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졌다. 불꽃이 천천히 사라질 때쯤 나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잠들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 후로 가끔씩 그 향초를 켠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하루가 버거울 때, 촛불을 켜고 그 앞에 가만히 앉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흔들려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기 위해. 흔들리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


그날 이후 촛불은 단순한 불빛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내 마음의 고요함을 찾아주는 열쇠가 되었고,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따뜻한 친구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그날, 그저 촛불 하나가 내 마음을 밝혀주었다. 그날의 촛불이 내게 가르쳐준 건, 어둠 속에서도 나를 비춰줄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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