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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냄새가 따라오는 오후

by 코난의 서재

골목 끝에 자리한 작은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간판엔 “오늘도 굽는 집”이라 적혀 있고, 유리창 너머로는 마치 동화 속처럼 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아침이면 갓 구운 크루아상과 고소한 버터 향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오후에는 학교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과 엄마들이 줄을 선다.


나는 주로 낮과 저녁 사이, 그 애매한 시간에 그곳을 찾는다.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시간. 반쯤 비워진 쇼케이스에서 아직 온기가 남은 앙버터와 고구마 소보로를 고른다. 따뜻한 라떼를 함께 주문하면, 사장님은 늘 같은 미소로 “요즘 날씨엔 이 조합이 최고죠?”라며 말을 건넨다. 그런 말 한마디가 괜히 반갑다.

카페 안은 크지 않다. 나무 테이블 여섯, 작은 2인석 두 개, 그리고 벽을 따라 놓인 긴 벤치. 그 벤치 옆, 햇살

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가 내 자리다.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한입씩 빵을 베어 물며 하루를 정리한다. 정리라고 하기엔 사실, 그냥 흘려보내는 데 가깝다. 마음속에 걸리는 말들, 해야 하는 일들, 하지 못한 말들… 그런 것들을 따뜻한 빵처럼 하나씩 씹어 넘기는 시간.


그곳에서 글을 쓰기도 했고, 그냥 넋 놓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비 오는 날엔 유리에 흐르는 빗줄기를 따라 사색에 잠기고, 바람 부는 날엔 바삭한 파이 소리에 괜히 위로받는다. 어떤 날은 나 혼자지만, 어떤 날은 친구와 함께였다. 둘 다 말없이 빵을 뜯으며, 서로의 피로를 조용히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 카페가 특별한 이유는, 거창한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날의 온기를 품고 있어서다. 익숙한 냄새, 작은 대화, 따뜻한 조명, 고소한 빵. 그 모든 게 조용히 나를 어루만진다.

집 근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데 있어 꽤 큰 위안이다. 큰 결심이 필요 없는 거리, 가볍게 걸어갈 수 있는 시간, 따뜻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여전히, ‘오늘도 굽는 집’으로 향한다. 특별할 것 없는 날, 특별한 위로를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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