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나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모임도 좋아했고,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도 즐거웠다.
언제든 불러만 주면 나가고, 분위기를 맞추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나를 은근히 괜찮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몸이 이상할 만큼 무거워졌다.
말은 많이 했지만 마음이 텅 빈 느낌.
웃었지만 내 표정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날들.
무언가 계속 ‘어긋난다’는 기분이 쌓여 갔다.
그러다 문득,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한 사람일 수도 있어”라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안을 들여다봤다.
그 순간 알게 됐다.
내가 정말 좋아했지만,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
그건 다름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는 걸.
혼자 카페에 앉아 가만히 노트에 끄적이거나,
조용한 집에서 라디오만 틀어놓고 책을 읽는 그 시간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그 순간들이
사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늘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뤘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혼자 있는 나’를 어쩐지
이상한 사람처럼 여겼던 것이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사람을 멀리하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나답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더는 뒷자리에 두지 않겠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먼저’ 챙겨보겠다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시간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나를
조용히 응원해보기로 했다.
나는 조용한 사람이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다운 생각이 떠오른다.
그걸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