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다.
일기장엔 날짜가 꽉꽉 차 있어야 했고, 매일 뭔가 썼다는 증거가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정확히 말하면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먹은 반찬조차 기억 안 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일기는 써야 했다.
그래서 나는 썼다.
“오늘은 바다에 갔다. 물개도 봤다. 물이 차가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작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그 날의 일기장이 나의 첫 번째 ‘지어낸 이야기’였다.
무려 상상력으로 갔다 온 바다.
친구도 없이 혼자 다녀온 해변.
내가 본 적도 없는 물개까지 등장한 그 날의 서사는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다.
사실 그 일기를 쓰고 나서 좀 찝찝했다.
혼날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적어주셨다.
“이야기처럼 잘 썼네요. 상상력이 풍부해요.”
이게 뭐지? 이게 되는 거였어?
혼나긴커녕 칭찬이라니.
그 순간 처음 알았다.
진짜인 척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 아니, 진짜처럼 느껴지면 괜찮다는 것.
그다음부터 나는 자주, 없는 이야기를 썼다.
자전거 타고 하늘을 날았고, 비밀 터널을 지나 시간여행을 하기도 했다.
내 일기장은 ‘창작 일지’가 되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다 안다.
그건 거짓말이었고, 숙제를 때우려는 꼼수였고, 일기장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그런데도 돌아보면, 그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던 첫 충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바다,
사실 나만 다녀온 건 아니었을 거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도, 비슷한 파도를 그리고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