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에 이름을 붙이는 일

by 코난의 서재

세상에는 이름 없이 떠도는 말이 참 많다. 누가 처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문장들.좋은 말이라며 저장하고,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보내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자기 말처럼 써버리기도 한다.


그 말들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땐 어땠을까. 어쩌면 누군가는 그 글을 쓰기까지 며칠을 망설였을지도 모른다.몇 번을 지웠다가 다시 쓰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금세 지워진다. 남는 건 결과물뿐.

그 글이, 그 그림이, 그 말이누군가의 것이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너무도 쉽게 사라진다.


창작은 조용한 일이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외로움에서,
때로는 작고 소중한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서.


창작이 대단한 재능에서만 비롯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작은 그냥 살아낸 하루의 일부를 남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것을 글로, 누군가는 그림이나 사진으로, 또 누군가는 말 한마디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엔 그 사람의 시간과 체온,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너무 쉽게 가져가고, 너무 당연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창작물에는 이름이 필요하다. 이름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다. 이것이 누군가의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존중이다.


그런 점에서 저작권은 단순한 법이 아니다. 그건 “누군가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지우지 않기 위한 약속”이다.우리가 지금 보는 문장 하나, 이미지 하나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붙이는 이름표다.


저작권이 없으면, 사람들은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걸 더 주저하게 된다.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두려움. 노력한 만큼 기억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


그러니 저작권은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계속 쓰고, 그리고, 말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바닥 같은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누군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른 채 받아들이고 있다.


좋은 노래, 따뜻한 문장, 위로가 되는 짧은 글귀들. 그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창작자와 연결된 세계에 들어가는 셈이다.


어떤 작품이 좋다고 느껴질 때 그걸 만든 사람이 누군지 찾아보는 마음, 그 사람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마음, 그게 곧 저작권을 지키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창작자는 어떤 순간에도 마음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남기를 바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 마음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

그 마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는 것.


저작권은 그저 문서 속 조항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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