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though I have to say goodbye…”
낮고 조용한 그 음절들이 처음 흘러나올 때,
나는 스크린 너머에서 마음이 천천히 무너지는 걸 느꼈다.
영화 『코코』를 보며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화려한 축제나 뼈다귀 캐릭터들의 유쾌한 장면이 아니었다.
작은 소년 미겔이 할머니 코코의 앞에서 기타를 꺼내
그토록 소중히 간직된 한 곡을 조심스레 불러주던 그 장면이었다.
코코는 아무 말이 없었다.
표정도, 눈빛도 멈춰 있었고,
거의 모든 기억이 떠나버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겔의 노래가,
“날 기억해줘요”라는 그 절절한 음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코코의 굳은 입꼬리를 움직였다.
작은 손이 기타줄을 튕기고,
작은 목소리가 노래를 이어갈수록
잊힌 줄 알았던 ‘아빠의 기억’이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되살아났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래처럼, 편지처럼, 말하지 못한 마음들 속에 숨어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남기고, 들려주고, 써야만 하는 것이라고.
『코코』는 죽음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억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에 대한 영화였다.
창작자로서 이 장면은 나에게 아주 단순한 진리를 새기게 했다.
기억은, 누군가의 마음에 남겨진 이야기라는 것.
우리는 글로, 노래로, 시로, 혹은 작은 말 한마디로
그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그것이 오래도록 살아 숨 쉬기를 바란다는 것.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노래 한 곡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억의 조각을 살려내는 목소리,
잊히지 않는 따뜻함,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사랑의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