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나는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낯선 땅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냈다.
모든 게 서툴고 낯설었지만
그게 곧 ‘성장’이라는 걸 알기엔,
그땐 아직 마음이 어렸다.
짧은 방학이 찾아왔을 때,
나는 가볍게 배낭을 메고 저가항공 티켓 하나를 끊었다.
친구들과 일정을 맞추는 것도 번거로워
그냥 혼자, 무작정 길을 나섰다.
그렇게 도착한 도시 중 하나가 체코의 프라하였다.
소설 속에 나올 것 같은 붉은 지붕,
골목마다 깃든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강가에 앉아 바라보던 황금빛 석양.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나는 그게 어떤 경험인지 미처 몰랐다.
그저 “나 잘하고 있나?” 싶은 막연한 불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이
그 도시의 고요함에 은근히 섞여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니,
그건 ‘불안한 여행’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었던 시간’이었다.
영국에서 공부하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내가 직접 떠난 여행.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작은 빵집에서 들은 따뜻한 말에
문득 눈물이 핑 돌기도 했던 그 여정은,
지금 돌아보면
내가 나를 키워낸 첫 번째 방식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는 참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도 정답을 주지 않는 길 위에서
그냥 ‘한 번 가보자’고 말할 수 있었던.
멀리 떠나는 건, 결국 나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일이었구나.
프라하에서의 그 조용한 오후가,
내게 그렇게 가르쳐주었다.
그 조용한 오후가 말해준 건 이것이었다.
멀리 떠나야만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