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지 않으려 했다

by 코난의 서재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

시금치를 고르고, 두부 하나를 바구니에 담고 나니

장바구니 속이 뭔가 조금 허전했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딸기를 집었다.

딸기 옆에 적힌 ‘달콤한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에 와서 딸기를 씻고,

작은 유리 접시에 옮겨 담았다.

아이가 공부하다 잠시 거실로 나와

딸기 하나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이렇게 차려놓으니까 기분 좋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그 순간이 자꾸 떠올라서

나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작은 배려도 감정이 된다.

눈에 띄지 않는 진심이, 가끔은 하루를 바꾼다.’


그렇게 적어두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평소에도 이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무의식처럼 기록해왔다는 걸.

사람들의 말 한마디,

카페 메뉴판에 적힌 짧은 문장,

버스 안에서 본 엄마와 아이의 손잡음.


그 모든 것들이

내가 글을 쓰게 하는 시작점이었다는 걸.


요즘은 휴대폰 메모장에 짧은 문장을 자주 쓴다.

때로는 사진으로 기억하고,

어떤 날은 그냥 마음속에만 저장하기도 한다.


그런 기록들이 쌓이면

어느 날, 그 중 하나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이걸로 오늘 한 문장 써보자.”

나는 거창한 영감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작은 움직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였을 장면들이

내겐 가장 따뜻한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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