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흐르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은 복잡한데, 단어는 그걸 담아내지 못하고 자꾸 겉돈다.
머릿속은 북적이는데, 이상하리만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럴 땐 조용히 차 키를 든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세상이 나를 잠시 놓아주는 것 같다.
창밖 풍경이 천천히 뒤로 밀려나고,
내 안의 불안이나 답답함도 조금씩 멀어진다.
나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는다.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조금은 낯선 길로 향한다.
소리 높이지 않는 음악을 틀고,
속도보다 리듬에 집중하며 달린다.
신호등에 잠깐 멈춘 순간,
골목 모퉁이의 고양이가 내게 눈을 마주치고
햇살에 번지는 가로수 그림자가 조용히 창문을 지나간다.
그러면 마음 한 귀퉁이가 서서히 풀린다.
꼭 막혀 있던 문이 살짝 열린 것처럼.
운전은 나에게 이동이 아니라,
멈춤을 위한 방식이다.
흔들리며 나아가는 동안,
내 안의 무언가가 가라앉고 정돈된다.
길 위에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이
언제부턴가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눌러버린 건 아닐까.
그럴 때면, 다시 한 번 속도를 낮추고
깊은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되돌아온다.
익숙한 골목, 익숙한 자리,
하지만 마음은 그 사이 조금 달라져 있다.
운전대를 놓고 다시 노트북을 연다.
이번엔 단어들이 조금은 솔직하게 따라온다.
그때 나는 안다.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더라도,
다시 한 줄을 쓸 수 있는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