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바다에 해가 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각자의 각도에서, 색감에서, 누군가는 인물 중심으로, 누군가는 수평선을 맞춰가며 셔터를 눌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셔터를 누르던 손이, 문득 멈췄다.
“이건... 안 찍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진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없이 나를 끌어당기는 기분.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붉고, 고요하고,
멀리 갈매기 한 마리가 소리 없이 수면을 스쳤다.
파도는 매끈하게 밀려왔다가 또 부드럽게 사라지고,
내 옆에 있던 누군가의 웃음소리는 묘하게 마음에 닿았다.
바람은 짠내가 섞인 듯했고,
모래는 이미 낮의 열기를 잊고 차가워져 있었다.
그 순간의 풍경은 카메라에 담기엔 너무 많고, 너무 복잡했다.
화면엔 색이 남겠지만, 이 고요함과 온도와 기분은 남지 않으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속에 저장했다.
나만 볼 수 있는 어떤 풍경으로.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렌즈 너머로 보려 하면 오히려 놓쳐버리는 순간.
그럴 땐 그냥 가만히 바라보는 게 좋다.
찰나의 감동은, 어쩌면 눈보다 마음에 찍혀야 오래 남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