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남편의 말에 핸드폰을 들어 올렸지만, 화면에는 시커먼 지도와 함께 ‘위치 확인 불가’라는 문구만 떠 있었다. 오사카 외곽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해는 이미 진 지 오래였고, 낯선 땅에서 가로등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렌트카를 빌리지 않고, 오롯이 대중교통만으로 다녀보기로 한 우리 부부의 작은 모험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이동이야말로 진짜 여행 같다는 말에 마음이 끌렸고, 계획표 대신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우리는 교토로 돌아가는 막차를 놓쳤다. 버스는 이미 끊겼고,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불 꺼진 플랫폼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진짜 이 길 맞는 거지?”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처음 가보는 길이라는 걸. 그렇게 발길을 옮기던 중, 저 멀리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다.
낡은 목조건물. 문 앞에는 ‘喫茶 ひかり – 찻집 히카리’라고 적혀 있었다. 익숙지 않은 골목, 익숙지 않은 간판.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스미마셍…” 작은 종소리가 맑게 울리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앉으세요. 추우시죠?”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찻잔 사이로 퍼지는 감귤 향기와 함께, 천천히 그날의 사정을 설명했다. 길을 잃었고, 돌아갈 수단이 없고, 묵을 곳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
아주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그럼, 오늘은 여기 머물고 가세요. 2층 빈 방 있어요.” 순간 망설였지만, 그 말투와 눈빛이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무엇보다도, 그 눈빛에는 계산이 없었다.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저 ‘지금 괜찮냐’고, ‘춥진 않냐’고 묻는 사람. 누군가의 엄마 같았다.
그날 밤,
우리는 2층 다다미방에서 좁지만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창밖으로는 바람 소리가 들렸고,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퍼졌다. "이런 날도 있어야 여행이지."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이런 날도 있어야, 여행이지.’
다음 날 아침,
아주머니는 작은 봉투 하나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그 안에는 손수 접은 학 한 마리와
"忘れないでください。旅もご縁です(잊지 마세요, 여행도 인연이에요.)" 라고 적힌 메모가 담겨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그날의 실수가 단지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건
그곳의 온기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조용한 초대장이었는지도 모른다.
계획에는 없던 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어 보였지만,
그 기억만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