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우중(雨中)의 우동, 그리고 마음의 그릇

by 코난의 서재

여행 셋째 날, 오사카의 비는 거침없이 내렸다.

우산을 들고도 신발이 젖을 정도로 퍼붓던 그날, 우리는 간사이 일정을 빼곡히 넣었던 것이 후회될 만큼 지쳐 있었다. 배는 고픈데, 어중간한 시각. 유명 맛집은 대기줄이 길고, 편의점 음식은 땡기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골목 안 작은 우동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비에 젖어 어깨가 무거웠지만, 문을 열자

“이랏샤이마세!”

노포 느낌 나는 좁은 공간, 주방을 혼자 지키는 중년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반갑게 퍼졌다.

우리는 메뉴판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가케우동을 시켰다.

뜨거운 국물이 담긴 그릇이 눈앞에 놓이는 순간,

비에 젖은 하루가 스르르 녹아내렸다.


국물은 맑고 단순했지만, 이상하리만치 깊었다.

면발은 투박했지만, 꼭 알맞게 삶아져 있었다.

무언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해주는 맛이었다.

그 한 끼는 우리에게 그날의 피로를 덜어준 것 이상이었다.


생각해보면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는데,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바로 그때 먹은 그릇 하나의 우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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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음식은 상황이 기억을 더하는 그릇이기도 하다는 걸.


맛보다 절실함, 분위기보다 따뜻함.

그리고 낯선 도시 한켠에서,

지친 마음이 기대고 싶었던 건 결국 한 그릇의 진심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비 오는 날이면 우동을 끓이곤 한다.

우연히 마주친 그 우동집 아주머니의 미소와

작고 둥근 그릇에 담겼던 위로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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