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는 집을 처음 찾아가던 날

by 코난의 서재

처음 그 집을 보러 가던 날,

내비가 알려준 경로를 믿지 못해서

한참을 지도를 확대하고 줄이고 또 돌려봤다.

이 길이 맞나? 여긴 왜 이렇게 조용하지?

그렇게 의심 반 설렘 반으로 걷는데

골목 초입에서 아주머니 둘이 앉아 귤을 까먹고 있었다.

한 분이 내 얼굴을 훑어보더니 말하셨다.

“거기 집 보러 왔지?”

놀란 건 나였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다 보이지, 다 보여. 딱 그 얼굴이야.”

그 얼굴이 어떤 얼굴인진 아직도 모르지만,

왠지 그 말이 낯설지 않고 따뜻했다.

지나가던 고양이도 태연히 내 다리에 몸을 부비고 갔다.

그 순간 이상하게,

여행지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곳인데 왠지 마음이 느긋해지는,

처음인데 어쩐지 반가운.

집 앞 골목을 지나며

앞으로 내가 매일 보게 될 풍경을

조금 천천히 눈에 담아봤다.

이 집이 진짜 내 집이 될까,

이 동네가 진짜 나의 동네가 될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뭐든 처음은 다 그런 거니까.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어디론가 가는 건,

어쩌면 새로운 주소를 갖는 게 아니라

새로운 풍경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한 번쯤 멈춰 서서 숨을 들이쉬곤 한다.

이 낯설었던 골목이

이젠 내 하루의 배경이 되었구나, 싶어서.

그렇게, 이사 오는 길은

작지만 분명한 내 인생의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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