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보인 것들

by 코난의 서재

여행이 끝난 자리에는 늘 고요한 후일담이 남는다.

사람들은 여행지에서의 풍경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돌아온 뒤의 감각이 더 오래 남는다.

짐을 풀고, 빨래를 돌리고, 다시 일상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그 며칠 사이.

내 눈앞의 세계가, 어딘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때가 있다.

아무 변화도 없었는데, 모든 것이 바뀐 듯한 순간.

현관 앞 작은 화분의 잎사귀가 유난히 반짝이는가 하면,

익숙한 골목의 담벼락이 낯선 배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여행지에서 돌아온 내가 아니라,

내가 없는 사이 이 일상이 먼저 자라 있었던 것처럼.

그럴 때면 생각한다.

‘여행은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돌아와서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구나.’

거리 두기는 시야를 넓힌다.

잠시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지 않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늘 같은 자리에 있던 가족의 목소리, 매일 마주치던 동네 슈퍼 아주머니의 눈웃음,

그리고 무엇보다—지치거나 무뎌진 나의 마음.

여행은 내게 낯선 곳을 알려주는 동시에,

익숙한 곳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준다.

그 눈으로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예전보다 조금은 다정해져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떠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를 놓아보았다가, 다시 품기 위해.

삶에 다시 귀 기울이고, 하루를 새삼스럽게 아끼기 위해.

이제는 여행이 끝난 자리에도

감사의 마음을 오래 두고 싶다.

그곳에서의 햇살도 좋았지만,

지금 이곳의 바람도 참 괜찮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언젠가 알게 된다. 가장 먼 길 끝에, 가장 가까운 것이 있었다는 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글쓰기는 오늘도 나를 시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