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오늘도 나를 시험한다

by 코난의 서재

아침에 커피를 내렸다. 김이 피어오르는 걸 보면서, 오늘은 좀 잘 써지면 좋겠다 싶었다.

노트북을 열고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렸는데… 한참 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커피는 식어가는데, 첫 문장은 도통 나오질 않았다.

나는 뭔가 마음을 먹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좋을 땐 참 좋다.

일단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예전에 한 번은 저녁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정신 차리니 새벽 두 시였다. 배는 고팠지만,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문장이 술술 나올 때의 쾌감이란…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완전히 나만의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다. 그게 나한테는 천국이다.

근데 반대의 날도 많다.

아무리 시간을 잡아도, 글이 나오지 않을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속삭인다. “오늘은 그냥 쉬자.” 그런데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든다. “아니야, 오늘은 꼭 써야 해.”

그때부터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단어 하나하나가 시험 문제처럼 느껴진다. 그럴 땐 내가 만든 규칙과 의지가 나를 옭아맨다. 글쓰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마감과 싸우는 전쟁이 된다. 이게 지옥이다.

요즘은 둘 다인것 같다

오전엔 한 문장도 못 쓰고 끙끙대다가, 오후에 문득 창밖을 보니 햇살이 이상하게 예뻤다. 그걸 한 줄 써봤다. ‘햇살이 창틀 위에 걸터앉아 있다.’

그 문장에서 무언가가 풀리기 시작했다. 몇 줄 더 쓰다 보니, 아까의 답답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결국 글쓰기가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그날의 내 마음이 정한다.

마음먹은 대로 해내는 성격이 나를 살리기도, 조이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결심했다.

마음의 고삐를 조금 느슨하게 쥐자.

완벽한 하루보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하루를 먼저 만들자.

아마 그렇게 하면, 글쓰기는 조금 더 자주 천국 쪽으로 기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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