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씻어낸 마음의 먼지

by 코난의 서재

“하… 뭔가 이상하다.”

막연한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이 며칠째 이어졌다.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면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냥 집에서 쉬어”라고 했지만,

계속 누워 있으니 오히려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 창밖을 봤다.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빛이 비치는데, 내 안은 여전히 흐렸다.

“아, 진짜 답답해.”

결국 참지 못하고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도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작은 언덕길을 발견했다.

평소 같으면 돌아갔을 길인데, 그날은 왠지 올라가 보고 싶었다.

처음엔 천천히 걸었지만,

가슴속 답답함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내 숨이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발끝이 아스팔트를 때릴 때마다 ‘쿵, 쿵’ 심장 소리가 귀에 울렸다.

십 분쯤 지났을까.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눈가를 적셨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졌다.

아까까지 뒤엉켜 있던 생각들이 하나씩 풀려나갔다.

더 뛰었다.

등과 목,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이 옷을 등에 찰싹 달라붙게 만들었지만,

그 끈적임마저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마음속 우울함을 함께 씻어내는 듯했다.

언덕 꼭대기에 섰을 때,

온몸은 땀범벅이었지만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아래로 보이는 동네 풍경이 유난히 선명했다.

땀에 젖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한 모금의 얼음물처럼 청량했다.

“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며칠간 나를 짓누르던 답답함이 사라졌다.

별것 아닌 일로 우울해하던 내가 조금 우스웠다.

머리는 맑아졌고, 무언가를 시작할 힘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했다.

몸이 개운해지니 마음까지 새로워진 듯했다.

거울 속 내 얼굴도 한결 밝았다.

그날 이후,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나는 몸을 움직인다.

청소를 미친 듯이 하거나, 동네를 빠르게 걷거나, 그냥 뛴다.

그리고 매번 같은 걸 느낀다.

땀이 나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

사람들이 “운동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지만,

내겐 조금 다르다.

땀은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물이다.

몸에서 노폐물이 빠져나가듯,

답답함도 땀과 함께 흘러간다.

요즘도 기분이 우울할 때면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자, 오늘은 어떤 기분을 털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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