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바다와 가까운 집이었기에, 아침 공기 속에는 늘 짭짤한 냄새가 묻어 있었다.
학교 가기 전 부엌 문을 열면, 냄비 속에서는 갈치가 하얗게 익어가고 있었다.
김이 피어오르며 퍼지는 향은 바다와 집이 한데 섞인 냄새였다.
노란 호박이 동글동글 갈치 사이로 떠 있었다.
익어가며 살짝 풀린 호박은 국물에 은근한 단맛을 더하고 있었다.
엄마는 국물 한 숟가락을 떠 조심스럽게 입에 대며 간을 확인했다.
그 모습이, 하루를 미리 다정하게 챙기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어릴 적 나는 이 맛이 훗날 ‘그리운 맛’이 될 거라고는 몰랐다.
그저 가시 발라내기 귀찮은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밥 위에 국물을 부어 한 숟가락 뜨면,
호박의 부드러운 단맛과 갈치살의 담백함이
묵직했던 속을 천천히 풀어주곤 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 그릇에 국물을 더 채워주었다.
그게 말로 하는 위로보다 깊었다.
이제는 마음이 지치는 날이면
나도 부엌에서 갈치와 호박을 꺼낸다.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집 안 가득 스미는 그 냄새가
순식간에 나를 어린 시절 제주 부엌으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여전히 말없이 내 옆에 앉아
국 한 숟가락을 건네는 엄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