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이 고요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또렷해집니다.
하지만 그 리듬은 이미 오후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기울어지는 오후 세 시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빛이 방 안 바닥에 길게 누웁니다.
몸속 어딘가에서 작은 스위치가 켜지고,
그전까지 무겁게 흘러가던 시간이 갑자기 가벼워집니다.
따뜻한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천천히 사라질 때,
머릿속도 맑아지고 손끝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시간이 내 편이 된 듯,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저녁이 되면 바람이 조금 서늘해지고,
창밖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집니다.
거리는 서서히 소음을 거두고, 집 안에는 조용한 온기가 번집니다.
그 고요가 나를 감싸면, 집중력은 한층 깊어집니다.
종종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밤으로 넘어가는 하늘의 색이 매 순간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향할 때,
세상은 완전히 잠들지만, 나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습니다.
창밖엔 가로등 불빛만이 조용히 서 있고,
멀리서 들려오는 시계 초침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이 시간,
오후에 싹을 틔운 생각들이 이 새벽에 꽃처럼 피어납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 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