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이해는 체험에서 온다

by 코난의 서재

책으로 배운 지식은 길을 안내해 주는 표지판 같았다. 하지만 그 길을 직접 걸어본 경험만이 내 안에 깊은 깨달음으로 남았다. 머리로만 알던 것과 몸으로 겪어 아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나는 제주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 바다를 늘 곁에 두고 살았다. 관광객의 눈에는 아름답고 푸른 풍경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늘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폭풍이 몰아칠 때면 바닷가 마을은 온통 긴장으로 가득했고, 그 속에서 고된 삶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책으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자연 앞에서의 인간”을 나는 어린 마음에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학습코칭을 하면서도 종종 그런 깨달음을 만난다. 학생들에게 “실패도 배움의 일부야”라는 말을 전할 때,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그 말이 진짜 자기 것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시험에서 좌절을 겪고, 친구와 비교하며 흔들리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들을 지나면서야 비로소 그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려 한다. 내가 이미 겪어본 실패와 다시 일어섰던 경험이, 그 기다림에 힘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던 순간은 언제나 내가 먼저 지나온 경험이 있을 때였다. 아버지의 병환을 지켜보며 느낀 무력감, 동생과 함께한 오랜 시간의 돌봄,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을 추스르던 밤들… 그 모든 체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깊이를 주었다.

진정한 이해는 책 속 문장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통과하며, 삶으로 길어 올려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렇게 내 안에 남은 경험은 언젠가 누군가를 향한 위로와 공감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의 경험이 너를 더 깊게 만들어 줄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이 길이 언젠가 너의 언어와 따뜻한 눈빛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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