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들이 운동하러 나간다고 잔뜩 의기양양하게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힘차고 씩씩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발자국 소리가 '툭, 툭' 하고 울리는데… 운동화 밑창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아니라, 맨발이 마룻바닥을 때리는 소리였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진짜로 아들이 맨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현관 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들아.....… 발은 오늘 집에 두고 가는 거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이 자기도 모르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아, 진짜! 나 왜 이러냐구!!!" 하면서 귀까지 빨개져 방으로 쏜살같이 달려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우리 가족은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아빠는 소파에서 뒹굴며 박장대소, 누나는 "유튜브에 올려야 돼!" 하며 배를 잡고 굴렀다. 나 역시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웃다가, 아들마저 손사래를 치며 "그만 웃어, 빨리 가야 되는데 늦겠다니까!" 하면서도 본인도 결국 피식피식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실 그날, 특별히 즐거운 일도 없었고 다들 피곤해서 하루가 조금 무겁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의 황당한 맨발 외출 사건 하나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웃음이 번지면서 공기마저 가벼워지고, 우리 모두가 괜히 친밀해진 것 같았다.
그날의 웃음이 내게 남긴 깨달음은 이거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거창한 이벤트도, 특별한 계획도 필요 없다.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실수, 예상치 못한 해프닝 하나가 하루를 환하게 밝혀주기도 한다.
지금도 종종 현관 앞에서 혼자 웃는다. 그리고 아들이 외출할 때마다 농담 삼아 물어본다.
"아들, 오늘은 신발 챙겼니?"
그러면 아들이 발을 번쩍 들어보이며 "확인 완료!"라고 대답한다. 그럴 때마다 또 웃음이 난다.
행복은 우리가 같이 웃을 수 있는 사소한 순간에 있다. 그 어떤 명언보다도 확실한 진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