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나를 살린 순간들

by 코난의 서재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좋아했다. 집안 구석에 있던 두꺼운 공책을 꺼내 아무 말이나 적곤 했다.
“오늘 급식은 맛없었다.”
“엄마가 화를 냈다.”


사소한 문장들이었지만,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빈 칸이 조금씩 채워지는 순간, 마치 내가 작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중학생 때는 일기장을 꼭 잠가 두었다. 내 마음을 들키는 게 두려워서였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동시에 있었다.


고등학교 때 교지에 글이 실렸을 때, 친구가 다가와 말했다.
“너 글 참 따뜻하다.”

그 순간의 설렘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 이후 글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창이 되었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났다. 첫 글을 발행하기까지 버튼 앞에서 십 분 넘게 망설였다.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마음을 붙잡았다.


그러나 댓글은 곧 도착했다.
“오늘 제 마음 같아요. 고맙습니다.”
짧은 한 줄이었지만 오래 남았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 그게 놀라웠다.


그때부터 꾸준히 글을 올렸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하루의 장면들을 기록했다. 아이들과 수업하다가 느낀 순간, 여행 중 길을 잃고 웃었던 기억, 가족과 밥을 먹다 울컥한 마음. 기록할수록 알게 되었다. 글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작가의 꿈이 뭐예요?”
나는 거창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상을 받거나 유명해지는 일이 아니라, 내 바람은 조금 다르다. 힘든 하루 끝에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하는 것. 책상 한쪽에 꽂아 두었다가 다시 꺼내 읽히는 문장.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은 내 삶을 수없이 살려냈다. 힘들어 아무에게도 말 못 하던 날, 글이 대신 말을 해줬다. 기쁘고 들뜬 날에도 제일 먼저 펜을 찾았다. 글은 기록이자 버팀목이었다. 그래서 안다. 글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브런치 10주년을 맞아 다시 묻는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아마 답은 단순하다. 써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한 줄을 쓴다.
내일도 또 쓸 것이다.
언젠가 그 문장들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그 마음이 조금 덜 외로워지기를.


그것이 내가 꾸는 작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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