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선생님

by 코난의 서재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웃었다. 작은 농담에도 까르르 웃는 모습, 느닷없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들, 그리고 가끔은 어른보다 깊은 말을 툭 내뱉는 순간까지. 나는 분명 엄마인데, 돌아보면 아이들 덕분에 내가 더 자라온 것 같다.

딸은 어느 날 조용히 내게 물었다.
“엄마, 왜 꼭 잘해야 돼?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하는 건 안 돼?”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아이는 단순히 궁금해서 던진 말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 질문 속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이유를 만들고, 결과를 먼저 따졌던 습관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그냥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삶에 더 필요하다는 걸 딸에게서 배운 셈이다.

아들은 내게 ‘멈춤의 시간’을 알려주었다. 종종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아무 말 없이 음악만 듣는 모습. 나는 처음에 “뭐가 저렇게 좋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부러워졌다. 그저 쉬어가는 순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들은 몸으로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도 잠깐의 멈춤을 허락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아이들은 교과서도, 계획표도 없이 내게 중요한 걸 가르쳐왔다. ‘좋아서 하는 일의 힘’, ‘멈춤이 주는 쉼의 가치’. 나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였지만, 동시에 아이들에게 길러진 제자였다.

내 삶의 가장 뜻밖의 선생님은 바로 아이들이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며 배우고, 배우며 다시 아이들을 키운다.
이 순환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하고 따뜻한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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