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록이 만든 큰 변화

by 코난의 서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책을 읽어도, 새로운 것을 배워도, 그 순간엔 '아, 좋다'고 생각했지만 며칠 지나면 기억 속에서 흐릿해졌다. 그렇게 쌓이지 않는 배움들이 아까웠던 어느 날, 작은 노트 한 권을 샀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오늘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가지만 적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내 배움 노트는 복잡하지 않다. 날짜를 적고, 그 아래 세 가지 항목을 채운다.

오늘의 한 줄: 하루 중 가장 마음에 와닿은 문장이나 생각을 한 줄로 적는다. 책에서 발견한 구절일 수도,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일 수도, 문득 떠오른 깨달음일 수도 있다.

작은 그림: 배운 내용을 간단한 그림이나 도식으로 그려본다. 그림 솜씨는 중요하지 않다. 화살표와 동그라미, 간단한 스케치만으로도 충분하다. 복잡한 개념도 그림으로 그리고 나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

내일로: 오늘 배운 것을 내일 어떻게 활용해볼지, 혹은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적는다. 작은 실천 계획이나 호기심의 씨앗을 심는 공간이다.

가끔은 이 틀을 벗어나기도 한다.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날엔 긴 글을 쓰기도 하고, 바쁜 날엔 단어 몇 개만 적기도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기쁨들을 발견했다.

한 달 전 적어둔 글을 다시 읽으며 "아,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고 미소 짓는 순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예전에 적어둔 메모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순간. 처음엔 어렵게 느꼈던 개념이 지금은 쉽게 이해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무엇보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일매일은 별것 없어 보여도, 노트를 펼쳐보면 쌓인 배움의 흔적들이 나를 격려해준다.

변화는 조용히 찾아왔다

6개월쯤 지났을까.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다.

책을 읽을 때 예전보다 집중력이 좋아졌다. 노트에 적을 것을 의식하며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능동적인 독서가 되었던 것이다. 일상에서도 배울 점을 찾는 안테나가 민감해졌다. 지나가는 대화에서도, 실패한 경험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것이었다. 매일 한 줄이라도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기다 보니,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선명해졌다. 흔들리는 날에도 노트 속 과거의 나와 대화하며 중심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배움 노트는 세 권째에 접어들고 있다. 두꺼워진 노트들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신기하다. 이 작은 습관이 내 일상을 이렇게나 단단하게 만들어줄 줄 몰랐다.

기록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일이다. 스쳐 지나갈 뻔한 배움들을 모아 나만의 지혜로 만드는 일이다. 완벽한 글일 필요도, 대단한 깨달음일 필요도 없다. 그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이어주는 작은 다리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매일 밤 노트를 펼치고 펜을 드는 그 순간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의식이 되었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배움 노트.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매일 작은 보물들을 발견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들을 알아보고 간직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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