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알아서 다행이다

by 코난의 서재

예전에는 ‘내 뜻대로’가 인생의 기본값이라고 굳게 믿었다.
버스 시간은 내가 뛰면 맞춰줘야 했고, 프린터는 내가 급할 때만큼은 고장 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정반대로 흘렀다. 뛰면 꼭 눈앞에서 문을 닫고 떠나는 버스, 보고서 마감일에 한 장씩 삼켜버리며 먹통이 되는 프린터…. 그럴 때마다 나는 하늘을 원망하며 외쳤다. “왜 내 인생은 매번 이렇게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거야?”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됐다. 세상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정상이라는 걸. 내가 특별히 불운한 게 아니라, 애초에 인생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걸. 이 사실을 받아들이자마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길에서 신호를 놓쳤을 때도 이제는 다르게 생각한다.
“아, 이건 하늘이 나한테 잠깐 숨 고르라고 주는 시간이지.”
친구와의 약속이 엇갈려도 짜증 대신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인생이 이렇게까지 맞추기 어려운 거였구나.”
예전 같으면 분노 게이지가 순식간에 꽉 찼을 상황들이, 이제는 내 삶의 **‘개그 코드’**로 바뀌어버렸다.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내가 불평 대신 웃음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깨달음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안도감’이다. 억지로 움켜쥐지 않아도 삶은 흘러간다는 확신, 조금 비틀어지고 어긋나는 순간이 결국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된다는 깨달음. 뒤돌아보면 그때 발버둥치던 내 모습이 오히려 더 우스웠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중얼거린다.
“아, 내가 괜히 그렇게 힘 뺏구나. 이제는 알아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걸 계획대로 맞추려 하기보다는, 예상 못 한 틈과 변수들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웃음을 찾는 것. 그게 내가 배운, 조금은 유머러스한 인생의 사용설명서다. 완벽하게 굴러가는 삶보다는, 중간중간 멈추고 비틀리는 삶이 오히려 더 사람답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나는 훨씬 자유롭고 단단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