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이쯤에서, 나는 자주 멈춰 선다.
그리고 조용히 되묻는다.
“나는 올해 무엇을 배웠을까.”
예전 같았으면 성과나 결과부터 떠올렸을 것이다.
잘한 일, 해낸 일, 이룬 것을 먼저 세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해의 나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 하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처음에는 억울했고, 서러웠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오나 싶은 순간이었다.
마음 한쪽이 계속 무너지고,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자주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되잖아.”
“왜 이것밖에 못 해?”
그때의 나는 나에게 가장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나는 아주 느리게 하나의 사실을 배웠다.
모든 일에는 ‘버텨야 하는 때’가 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는 것을.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
붙잡지 않아도 흘러가 주는 시간도 있다는 것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비로소 보였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인색했는지,
얼마나 다그치며 살아왔는지 말이다.
그 사건은 나에게 결과보다 마음을 먼저 돌보는 법을,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이것이었다.
나는 늘 단단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는데,
흔들리며 배우는 나도
충분히 괜찮은 존재라는 사실.
올해 나는
더 빨라질 필요 대신,
더 급해질 이유 대신,
조금 느려지는 용기를 배웠다.
잘 버티는 사람이 되기보다
잘 쉬어 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도 된다는 것을,
그것이 결국 더 멀리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그래서 지금, 이 한 해를 돌아보며
나는 감사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아팠던 시간에도, 흔들렸던 순간에도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것에 대해.
그 모든 틈 속에서
결국 나를 더 나답게 만들었던 배움에 대해.
이 배움을 잊지 않고,
내년의 나에게도 조용히 이어 주고 싶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잘해내지 못하는 날에도
스스로의 편이 되어 주자고.
그 다짐 하나만은 꼭 품고
나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