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을 돌아보며
나는 세 개의 키워드를 적어 보았다.
‘저녁’, ‘책’, ‘아이’.
먼저 ‘저녁’.
이번 달의 저녁은 유난히 조용했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고 돌아오면
예전처럼 뭔가 더 해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지기보다,
주방 불을 켜고 천천히 국을 데우는 그 시간이
나에게는 작은 쉼표처럼 느껴졌다.
왜 이 장면이 떠올랐을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 한 달 동안
나는 ‘잘해내는 하루’보다
‘무사히 건너온 하루’에 더 감사해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두 번째 키워드는 ‘책’.
이번 달에는 유난히 책장이 더디게 넘어갔다.
예전처럼 한 번에 몰입해 읽지는 못했지만,
몇 줄을 읽고도 오래 머무는 날들이 많았다.
문장 하나에 마음이 멈춰 서고,
그 문장이 하루 종일 따라다니기도 했다.
나는 왜 이 키워드를 골랐을까.
아마도 이번 달의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내 마음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아이’.
아이의 뒷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아침마다 먼저 문을 나서던 뒷모습,
피곤하다고 투덜대면서도 운동화를 신던 모습,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은 여린 그 모습.
이번 달의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보다
‘지켜보는 사람’으로 더 많이 서 있었던 것 같다.
말을 줄이고, 기다림을 늘리면서
아이와 나 사이에도 또 하나의 속도가 생겼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이어보니
이번 달의 나는
조금 느려진 사람,
조금 더 조용해진 사람,
조금 더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마음의 방향은 분명히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한 달을 이렇게 정리해본다.
잘해내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
급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나날,
그리고 누군가를 조금 더 믿고 기다려본 한 달.
이 잔잔한 변화가 오래 남기를 바라면서
나는 또 다음 달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 본다.